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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스 라이프

검은색. 검정. Black 이 주는 매력들(feat 선풍기)

 

이케아 등

 



검은색이 주는 매력이 있어요. 어릴 적부터 그랬죠. 같은 사물이어도 블랙으로 표현되는 그것에 눈길이 먼저 갔어요. 익숙한 습관이 싫어 다른 선택을 해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늘 후회가 찾아와요.

작은 소품에서 덩치큰 가전제품까지 블랙이 빠진 선택지를 보면 늘 아쉬워요.
"검은색으로 이 제품이 있으면 딱인데..."


 

무지 탁상시계, 보스 사운드터치10, 제이버드 이어폰

 



집안 다양한 색상들은 블랙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들일뿐이에요. 깨끗한 하양, 강렬한 빨강 등은 검정이 함께할 때 완벽해요.


 

 



하지만,
내 결정에 묵묵히 따라주는 큰 그녀도 가끔은 색상때문에 감수해야 할 불편함에 투덜대요.

얼마 전 선풍기를 샀어요. 대부분의 가정용 선풍기가 그렇듯 또 흰색인 게 싫었어요. 그래서 검은색을 골랐죠.
선풍기 외길을 걸어온 업체를 골라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했죠. 단지 색상과 디자인 때문에 선택한게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가 필요했어요.


 

내눈에 예쁜 신일 선풍기

 



선택의 순간에는 늘 그렇듯 "예쁘다 싶으면 비싸요"
마음을 다잡고 가성비를 생각해요. 가격대를 정해놓고 제품을 째려봐요. 성능은 완벽한데 흰색이에요...
다른 제품을 노려봐요. 블랙이네요. 마음에 들어요. 더 이상 살펴보기 싫어요. 구매 버튼 눌러요.

큰 그녀에게 당당히 말해요.
"선풍기 샀다!"

큰 그녀가 물어요.
"어디 걸로 샀는데?"

자신 있게 대답해요.
"신일!"

큰 그녀가 흡족한 듯 말해요.
"잘했네"

도착한 선풍기를 두근두근 열어봐요. 검은색 세련된 자태에 흡족해해요. 머리와 몸통을 조립해요.
많이 무겁단 생각이 들어요. 기분탓이라 넘겨요.

옆에서 지켜보던 그녀가 물어봐요.
"높낮이는 뭘로 조절해?"

아차 싶었어요. 몸통 높낮이, 머리 틸트를 손잡이 나사를 돌려 조정해야 되네요. 좌, 우 회전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버튼이에요. 심지어는 발가락 신공으로 풍량 조절 못하게 머리 뒤에 스위치가 있는 건 뭐예요?

그리고,
무거운게 맞았어요. 기분 탓이 아니었어요.
실컷 쓰다가 고철로 팔라는 제조사의 배려인가 봐요.

"검은색 색다르고 예쁘지?"
큰 그녀를 슬쩍보며 말해요.

작은 그녀한테도 무언의 동의를 구걸해요.
"수빈아 이거 블랙....멋지지 않아?"


침묵하던 큰 그녀가 말해요.
"그건 오빠방에 놓고 써"




 

냉장고위 오브제

 



불편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익숙해지면 그만인걸요. 무난한 흰색을 샀다면 발가락 튕기면서 풍량조절 했겠지만 시골 툇마루 위 그냥 그런 선풍기였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