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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스 라이프

중고나라 파트너센타. 정말 커피값 벌 수 있어요?


"시작은 좋았지"

작년 겨울 어느 날,
멍하니 쳐다본 티비에서 "꿀알바" "투잡"등의 소재로 출연한 연예인 패널들이 경험하고 장, 단점을 소개했어요. 투잡이란 단어가 어색치 않을 만큼 요즘 현실이 녹녹지 않죠.

한 연예인 패널이 "무자본" "무창업" 에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커피값, 통신료 정도를 벌 수 있다는 말에 멍했던 눈동자를 치켜떴어요.

과정도 복잡치 않았어요. 다양한 업체에서 제품들을 플랫폼 사업자(중고나라)에 제공하면 우리는 그저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픽(pick)해서 상품 등록만 해주면 자동으로 중고나라 또는 연계된 사이트에 상품이 올라가고 누군가의 구매로 이어지면 일정 수수료를 가질 수 있는 구조예요. 쿠팡 파트너스처럼요


사진 : 중고나라 파트너센타 메인화면




소소하게 또는 꽤 큰 금액을 벌고 있다는 다양한 경험자들이 나오고 업체 관계자의 자랑이 이어졌어요.
방송에서는 애써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로고"가 중고나라란 것을 알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드디어 내가 말로만 듣던 "디지털 노마드" 속에 들어가는구나 가슴이 콩닥 거렸어요.

중고나라 인증 셀러로 등록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상점을 꾸미고 대문에 인사말도 겸손히 남겼어요. 단골 신청 들어오면 재빨리 맞팔로 응대해 상도덕도 지켰지요.

한 달 여가 지나고 디지털 노마드가 이렇게 어렵나? 겸손히 자신을 돌아볼 때쯤 첫 수익이 발생했어요.

"280원 두둥!!!"

한동안 멈쳐있던 가슴이 더 크게 콩닥거렸어요.

"그래 이제 시작이구나"
"선배님들의 조언대로 꾸준히만 하면 된다"




"놀면 뭐하니? 한 푼이라도 벌어!"

아무 생각 없던 큰 그녀까지 끌어들였죠. 당당하게 280원을 보여주니 큰 그녀의 가슴도 콩닥거린 것 같았어요. 정보랄 것도 없는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며 작은 그녀 학원비 정도는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그녀도 자그마치 120원이란 첫 수익을 올리며 디지털 노마드 별거 아니다 들떴지요.


"중고나라 정말 이럴래?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내다 보니 깨달음이 왔어요.

"티끌모아 티끌이구나"

야심 차게 광고했던 중고나라는 마치 베타 버전을 실험하는 것 같았어요. 등록되는 상품들은 마치 "힘들고 판로 없는 영세 업자를 우리가 도와주자"인 줄 알았어요.

그만큼 경쟁력 없고 관심도 떨어지는 제품들이 다수에 같은 상품을 픽(pick)한 수십, 수백 명의 셀러들이 동일 상품을 올리게 돼요.

결국 같은 상품 페이지가 판매자 이름만 달리해서 작게는 수십 개가 생기고 그 와중에 운 좋게 제 페이지서 구매가 이뤄져야만 하는 구조예요.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나라에서 시스템을 손봐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요.

그 사이 투잡. 꿀알바. 디지털 노마드를 꿈꿨던 많은 파트너들이 떠나요. 큰 그녀도 그렇게 시큰둥 떠났지요.

활동 기준으로 등급이 나뉘어 각기 다른 상품이 올라와요. 10여 개월이 지난 지금도 승급이 안돼요.
유일한 제 장점이 꾸준함인데 중고나라는 더 꾸준한 것 같아요.

제 등급에서 새로운 상품도 안 올라온 지 꽤 됐어요. 중고나라도 고심이 얼마나 깊은지 공지사항도 없어요.




"그래서 얼마 벌었냐고!!!!!!!"



10여 개월을 매일같이 매달리며 꾸준히 한 결과예요.




2019년 11월 첫 수익 발생 후 오늘까지의 판매한 총금액과 셀러 수익금 합산이에요.

"15,292원 두둥!!!!!"

10여 개월 1/n 하면 약 1,500원 월 수익금.

다행히 저는 편의점 커피를 잘 마셔요. 제가 가는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700원이에요.



요즘 부쩍 큰 그녀의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요.

"당근~"

고만고만한 물건들 사고팔며 재밌나 봐요. 주변에서 안 쓰는 물건들 끌어모아 천원도 벌고 만원도 벌어요.

오늘도 새로운 상품 없는 상품페이지를 바라보는 저에게 큰 그녀가 말해요.

"이제 그거 그만하지?"

지기 싫어 맞받아 대답해요.

"넌 꾸준함이 없어! 가만있어봐. 등업 되면 달라질 수 있어!!"


7월, 8월 단 한 개의 상품도 판매되지 않았어요. 역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조용히 핸드폰을 놓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봐요.

"당근에 팔 거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