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을 게 없어"
가득 찬 신발장을 보며 큰 그녀가 푸념해요.
"입을 게 없어"
"간단히 걸칠 게 없어"
"들고나갈 가방이 없어"
누가 들으면 원시시대 부족처럼 헐벗고 사는 줄 알겠어요. 때가 되면 나오는 저 익숙한 멘트들. 대부분 귓등으로 넘기면서도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만들어요.
본인도 그걸 노린 거겠죠. 틀림없이.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아내에게 사줬다는 신발 사진이 올라왔어요. 예쁘다 생각했어요. 큰 그녀에게도 잘 어울릴 것 같았죠. 불편했던 마음 한편을 덜어내자 생각해요.
간단한 쇼핑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복잡하게 됐어요. 국내 정발이 아니어서 구매대행하거나 직구를 해야 돼요.
계속 불편한 마음만 가지고 지낼까 잠깐 생각해요.
제일 무서운 게 귀차니즘 이잖아요.
잠깐의 귀찮음을 내주고 얼마간의 평화를 선택했어요.
캔버스 공홈에서 주문을 하고 배대지 통해 받았어요. 열흘의 시간이 흐르고 도착한 신발.
큰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어요. 늘 그렇듯이.
큰 그녀가 박스를 풀어헤치고 냉큼 신어봐요. 밝아졌던 표정도 잠시, 톤 다운된 목소리로 말해요.
"이거 너무 무거운거 아냐?"
"굽이 너무 높은거 같은데?!"
맞아요. 캔버스화가 6cm의 굽을 가졌어요. 하지만 저희가 무지했던 거예요. 이미 "런스타 하이크"란 모델이 유명했던 건데 우리 둘만 몰랐어요.
이 신발은 "런스타 하이크 로우" 버전인 거였죠.
"원래 이걸로 유명한 거래"
"그래서 안 신을거야? 당근에 올릴까?"
살짝 빈정상한 제말에 큰 그녀가 재빠르게 답해요.
"다시 보니 키커 보여 딱 좋네"
"얼른 신고 애들한테 자랑해야겠다"
내심 찝찝해요. 큰 그녀는 싫증을 잘 내거든요. 맘에 드는 열 가지라도 깃털 같은 한 가지가 거슬리면 그게 계속 눈에 밟히나 봐요.
당장은 좋아도 머지않아 "무게와 굽 높이 때문에" 신발장 한편에 덩그러니 놓일 것 같아요. 그러고는 또 투덜 되며 말하겠죠.
"신발 신을 게 없어"
하지만 괜찮아요. 저에겐 "작은 그녀"가 있어요. 큰 그녀의 옷들과 신발 등을 공유하는 그녀가 이 신발을 맘에 들어해요. 내심 큰 그녀의 싫증이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작은 그녀의 발에 감긴 신발은 그녀의 키를 훌쩍 크게 했어요. 그 모습이 신기한지 전신 거울에 비춰보고 이방 저 방 돌아다녀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빠가 말해요.
"수빈아 이제 그만 내려와"
당분간은 마음의 짐을 덜게 됐어요.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큰 그녀, 혹은 작은 그녀도 똑같은 말을 할걸 알아요.
"우린 신. 을.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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